![[독서]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https://image.inblog.dev?url=https%3A%2F%2Finblog.ai%2Fapi%2Fog%3Ftitle%3D%255B%25EB%258F%2585%25EC%2584%259C%255D%2520%25EB%2582%2599%25EC%259B%2590%25EC%259D%2580%2520%25EC%25B0%25BD%25EB%25B0%25B1%25ED%2595%259C%2520%25EC%2586%2590%25EC%259C%25BC%25EB%25A1%259C%26logoUrl%3Dhttps%253A%252F%252Finblog.ai%252Finblog_logo.png%26blogTitle%3D%25EC%258A%25A4%25ED%2583%25AF%25EB%25B8%2594%25EB%25A1%259C%25EA%25B7%25B8%2520-%2520%25EB%258D%25B0%25EC%259D%25B4%25ED%2584%25B0%2520%25EC%2582%25AC%25EC%259D%25B4%25EC%2596%25B8%25EC%258A%25A4&w=2048&q=75)
불가능해 보이는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맡다보니 평일에도 주말에도 머릿 속에는 그 프로젝트만 떠오르고 있다.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은 보통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는 것이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반대로 해낼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공을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계속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에 맞는 모델 혹은 데이터로는 파악하기 힘든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많이 파악하기 위해서 스스로 상상도 해보고 관계자들에게 많이 묻고 있다. 그만큼 열중했기에 지금은 어느 정도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몇 달 동안 이런 과정을 겪다보니 뇌가 계속 긴장된 상태로 있어서 정신이 너무 피곤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프로젝트는 실패하지 않을까? 지금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정말 맞은 것일까? 애초에 접근 방식의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맡은 프로젝트가 앞서서 시도해 본 적도 없는 프로젝트이고 해외 사례를 알아보니 한 번 실패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내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몹시 오만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놓지 못하면서도 나는 지쳐갔다.
나의 생각이 아예 다른 곳으로 집중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중에 무엇을 할 때 내가 즐거워하면서 다른 일에는 신경을 안 썼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영화를 볼 때와 소설을 읽을 때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고 서점에 들려 이 책을 알게 됐다. 나는 하루도 안 되어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책이 다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양이라는 상상 속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내가 몰입하기에 더없이 좋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책의 뒷 표지에는 박서련 소설가가 쓴 서평(?)이 있는데 이 부분이 글의 묘미였다.
…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여러 이유 가운데 으뜸은 그것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당신도 곧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폐광과 항구의 도시 선양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로부터, …
책을 읽기 전에는 폭설과 화염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멋있게 표현하려고 선택한 단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 속의 무서운 이야기를 알게 된 나는 이 표현이 고급지게 이야기의 서사를 잘 담아냈는지 깨닫게 됐다.
한편으로는 되게 짠했다. 주인공 일행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세상의 악한 행동을 보았단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심적으로 괴로워하고 사실을 은폐당하며 속임을 당해 누명까지 씌워졌다. 그 냉혹한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냥 자기들끼리 잘 노는 사고뭉치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범인이 붙잡히기 전까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때까지 그저 안타까움만 커져갔다.
병원장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사고가 없었으면 밝혀지지 않았을 진실들이었다. 심지어 소설 속 선양 경찰서는 뒷돈을 받으며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형사 정연우와 김상혁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선양으로 파견을 온 것이지 사건이 없었다면? 파견을 올 일도 과거의 사건을 재수사할 계기가 죽을 때까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경찰들이 범인에게 복수를 위해 살인을 했다고 비난하거나 괴물이 되었다는 표현은 기가 찼다.
소설에 나온 표현 중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한다. 반성보다는 자기 합리화를, 고통보다는 안락과 포만감을 추구한다.
인간은 생명체로서 자기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사회 전체의 안정과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경찰과 시민의 시각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사건도 제대로 처리 못 할 때는 언제고 시간이 지나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니까 그제야 사건의 진실을 밝힌 범인에게 비판을 가하면서 체포한다는 것은 누굴 위한 정의일지도 참 아이러니했다. 시민 한 명 한 명에게는 자신의 사연이 있다. 경찰 내지 전문가들이 전체적인 시각을 운운하며 비평을 해봤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정말 잘 읽히는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스토리가 흡입력 있고 표현이 간결하여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마음껏 탐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심지어 내가 글을 쓸 때 써도 좋을 것 같은 멋진 문장들이 있다. 다음에도 한 번 이런 책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박영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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