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빙과 - 두 사람의 거리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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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4, 2020
[독서] 빙과 - 두 사람의 거리 추정
고등학생 때 빙과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었다. 내용은 시골의 고등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생기는 수수께끼를 푸는 평범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수수께끼 대부분을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가 추리력을 바탕으로 풀고 여주인공인 지탄다 에루가 '저, 신경쓰여요!' 라는 말과 함께 호타로에게 수수께끼 대부분을 안겨준다.
 
애니메이션을 볼 당시에는 나도 고등학생이다 보니 소소한 일상 속에서 수수께끼라는 주제로 추억을 쌓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되게 좋아했다. 당연히 애니메이션을 다 본 후에 원작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고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아직 소설로 나오지 않아 읽을 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빙과 시리즈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소설의 내용은 학교 축제인 하프 마라톤 코스를 달리면서 호타로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이번 책의 수수께끼는 '신입생 오히나타가 왜 동아리 입부 취소를 갑자기 한 것일까?' 다. 그 원인으로 의심되는 지탄다 에루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 지탄다와 오히나타 사이에 어떤 종류의 오해가 있다는 가정하에 오레키 호타로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둘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호타로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되짚어보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말든 사람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호타로가 자신과 상관없는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떠올리다니... 성장했다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근데 막상 나 자신은 어떤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도움을 요청한 적 없는 남의 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말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냐는 거다. 타인에게 가져주는 관심은 따뜻한 관심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하면 오지랖이다. 변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지랖을 부리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는 관심을 끊고 열심히 내 생활을 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근데 과하지 않은 적당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꼭 가지지 않고도 유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관심을 적당히 가지는 것도 좋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전부터 생각하면서도,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면서도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뭐 하냐고 연락 한 번 해봐야겠다.
 
책 말미에 결국 오히나타와 지탄다의 오해는 해결되고 수수께끼 또한 해결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오히나타는 입부를 취소했고 호타로 또한 수수께끼만 풀었을 뿐이었다. 뭔가 조금 씁쓸했다. 엄청난 추리력을 가지고 사소한 단서를 통해 수수께끼를 해결했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없었다. 되게 현실적이고 마무리가 깔끔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짚어보면서 독서를 즐긴 것 같다. 소설 속 이름들이 누구였더라 하면서 읽다 보니 자연스레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얼른 다음 시리즈의 책을 빌려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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